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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내에서 러시아, 이란, 중국 공산당의 첩보 및 적대적 활동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경찰 당국의 경고가 나왔다.
영국 대테러 경찰의 수사 책임자들은 이들 국가가 자국의 정치적 반대자나 이해관계에 따라 영국 영토 내에서 실제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를 감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범죄자나 심지어 청소년까지 포섭하고 있다고 밝혔다.
런던 대테러 지휘부의 도미닉 머피(Dominic Murphy) 책임자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러시아·이란·중국 공산당이 영국 내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활동을 점점 더 자주, 그리고 더욱 교묘하게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폭과 속도, 조직력은 MI5와 국제 정보 파트너들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7년 러시아 전직 정보요원 세르게이 스크리팔에 대한 ‘노비촉’ 독극물 암살 시도 이후, 이들 적대국의 위협 활동은 약 다섯 배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단순한 첩보망 운영을 넘어 고의적 방화, 납치 모의, 물리적 테러 행위 등까지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대테러 경찰의 국가 조정관인 위키 에반스(Vicki Evans)도 이날 “이들 국가의 첩보기관은 현금 보상을 조건으로 범죄 전력이 있는 자들, 사회적 약자, 혹은 수사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을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반스는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외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임무에 투입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문제는 이들이 순수한 이념적 동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인터넷상에서 ‘의미 있는 일’처럼 포장된 활동에 끌려 들어가 실행에 옮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며, 디지털 네트워크상 선동이 현실 위협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당국은 최근 몇 년간 반복적으로 중국, 러시아, 이란의 '악의적 활동(malign activities)'을 경고해 왔다. 이들은 전통적인 스파이 행위를 넘어, 체제 비판자에 대한 감시와 납치, 암살 시도, 그리고 민간 시설에 대한 파괴행위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7월 초 런던에서는 우크라이나 관련 사업체를 대상으로 방화 공격을 감행한 세 명의 남성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경찰은 이들이 러시아의 바그너 용병 조직의 지시를 받고 행동한 것으로 판단했다. 바그너는 과거에도 영국 내 체류 중인 푸틴 비판자를 납치하려 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역시 2022년 이후 영국 내 인물들을 대상으로 최소 20건 이상의 납치·암살 시도를 벌였다고 MI5는 밝혔다. 머피는 “이란은 여전히 영국 거리에서의 폭력을 시도하고 있으며, 범죄 대리인을 동원한 작전이 주요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노동당 정부는 집권 1주년을 맞아 발표한 중국 정책 검토 보고서에서 “중국 공산당의 영국 내 스파이 활동이 점차 정교하고 조직적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중국을 러시아·이란과 동일한 수준의 ‘최고 위협’으로 명시하지 않아 일부 보수당 의원과 안보 전문가들로부터 “현실 인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모스크바, 베이징, 테헤란은 이 같은 영국 측 주장에 대해 “정치적 음모이자 근거 없는 중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정보기관과 경찰은 이들 적대국의 행동 양상이 점차 교묘해지고 있는 만큼, 내국인 내부에서부터 이를 차단하기 위한 예방 조치와 시민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