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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20 |
북한 김정은이 함경남도 락원군의 바다가양식사업소 건설 현장을 직접 찾았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는, 겉으로 보기엔 ‘지방발전’과 ‘국민복지’를 향한 과감한 지도자의 행보처럼 포장되었지만, 그 실체는 뿌리 깊은 선전 정치의 전형이라 평가할 수 있다.
김정은의 락원군 현지지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집권 이후 그는 수많은 건설 현장과 농장, 공장, 양식장 등을 순회하며 ‘온 나라가 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해 왔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현지지도’가 실질적인 경제효과나 민생 개선으로 연결되었다는 증거가 전무하다는 데 있다. 현지지도는 권위의 과시일 뿐, 계획과 예산, 과학적 기획, 주민 참여가 결여된 정치적 쇼에 가깝다.
60개 시·군 바다가양식사업소 건설? 비현실적이고 무계획적
김정은은 전국 60여 개 해안 시·군에 유사한 바다가양식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현 북한의 경제 상황과 해양 생태 연구, 주민 기반 조성 등을 고려할 때, 이는 계획경제 체제에서 흔히 목격되는 '총비서의 지시=정책=전국적 확대'라는 순환의 재현에 불과하다. 생태적 지속 가능성, 시장 수요, 수산자원 보호 등의 문제는 고려 대상조차 아니다.
보도는 김정은이 “정말 락원의 바다가 탄생했다”고 감탄하며 ‘살림집’을 돌아보는 장면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외형적인 변화만 강조하고 주민들의 실질적 소득, 식량 사정, 의료와 교육 환경 등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당이 선물하는 듯 묘사되는 살림집은, 사실상 주민에게 선택권 없이 주어지는 '감사해야 할 배급'으로 정치적 충성을 유도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건설의 주체가 ‘군인’이라는 점에 대한 구조적 비판
모든 건설을 군부대가 수행하고 있다는 점은 ‘자력갱생’과 ‘군민일치’ 구호 뒤에 감춰진 심각한 노동력 부족과 비전문성의 결과다.
군인들이 양식장을 건설하고 방파제를 쌓는 동안, 그들은 군사 훈련과 국방 임무에서 이탈하며, 지역 노동자나 수산 전문가들은 정책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이는 북한 체제 특유의 비효율성과 왜곡된 노동 구조를 그대로 드러낸다.
보도는 김정은의 구상을 “과학적 분석에 기초한 전략적 창조사업”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실제 계획에 포함된 수산종 다양성, 수질 관리, 기후 변화 대응 등의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당의 정당성과 위력” “충직한 군인건설자들만이 창조할 수 있는 기적” 등의 미사여구가 남발되며, 과학기술과 전문행정 대신 충성심과 선동이 ‘개발’의 기준으로 자리 잡는다.
김정은은 락원포 어촌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포구”라 칭하며 주민에게 ‘선물’이라 했지만, 정작 주민의 자유, 자율성, 소득 증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 사업은 주민의 복지보다는 체제 선전용 관광지화, 지도자의 치적 홍보를 위한 상징 공간으로 기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진정한 지역발전이 아닌, ‘보여주기식 건설’의 전형이다.
김정은의 락원군 바다가양식사업소 건설 지도는 북한 체제 특유의 선전 정치, 군동원식 개발, 실질 없는 복지 포장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우리 식의 락원어촌”이라는 슬로건 아래 감춰진 것은, 국가의 강제력으로 일사불란하게 추진되는 전시성 프로젝트, 그리고 그 속에서 침묵을 강요당하는 인민들의 현실이다.
북한의 해안이 진정한 ‘락원’이 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지시’가 아니라, 주민의 참여와 과학, 그리고 자유가 필요하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