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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9 |
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최근 기사를 통해 조선로동당의 80년 역사와 김정은 정권 하의 ‘건설의 대번영기’를 찬양하며 이를 ‘천지개벽’으로 포장했다.
기사 전체는 평양 정권의 업적 선전과 김정은 개인에 대한 우상화로 일관하며, 실상과는 동떨어진 허구적 서사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그 화려한 문장 너머에는 민생의 피폐, 기본권의 억압, 경제의 침체, 그리고 체제유지를 위한 강제 동원만이 실재하고 있다. 과연 이 ‘기적의 시대’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인민을 위한 건설’이라는 선전의 허구
노동신문 기사는 “건설은 곧 인민의 복리증진이며 조선로동당의 숭고한 사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수십 년간 되풀이되어 온 선전의 레퍼토리에 지나지 않는다.
2024년까지 북한은 여전히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기준 ‘식량 불안 국가’로 분류되고 있으며, 전국의 병원과 농촌 지역은 구조적 낙후 상태에 있다.
김정은 정권은 살림집 건설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삼지연시 개발 등을 ‘천하제일락원’이라 칭하나, 이는 소수 간부층의 과시와 외화벌이 관광을 겨냥한 실용적 목적에 불과하다.
지방주민 다수가 전기와 물조차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현실은 ‘건설의 대번영기’가 특정 계층만을 위한 선별적 치장임을 방증한다.
■ ‘정치미술가’로 불리는 건축가들?… ‘건축의 정치화’는 미학 아닌 선전수단
이 기사는 “설계가들은 조선로동당의 사상과 정책을 현실로 그려내는 정치미술가”라며 건축 자체를 선전도구로 정의하고 있다.
건축의 정치화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다. 북한에서의 도시계획과 건설은 권력의 위용을 과시하고 주민 감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물리적 통제수단이기도 하다.
‘인민대중제일주의 건축’이라는 용어는 언뜻 듣기에 인도주의적 이상처럼 보이나, 실상은 정치적 복종을 내면화하도록 강요하는 이념교육 공간 창출에 불과하다.
도시마다 ‘사회주의 만세’, ‘계속전진’과 같은 구호를 새긴 건물은 도시미학이 아니라 집단사고와 충성심을 강요하는 정치적 장치로 기능한다.
노동신문은 “불과 10년 만에 100년의 변화를 이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시기는 북한 경제가 국제 제재, 국경 봉쇄, 외화 부족으로 역대 최악의 위기를 겪은 시기이기도 하다.
국가 주도의 대규모 건설 사업은 주민에 대한 강제 동원과 자원 낭비를 초래해왔다. 평양 화성지구 살림집 건설에는 병사와 대학생, 노동자들이 차출되었고, 현장 안전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자재 부족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완공된 일부 건물들은 실질적 사용이 불가능한 ‘전시용 건축물’로 전락했다.
■ 김정은 개인에 대한 ‘건축 영재’ 우상화… 동원정치의 심화
이번 기사는 김정은을 ‘희세의 창조거장’, ‘정치미술가들의 스승’, ‘인민의 숙원을 이룬 절세의 애국자’ 등으로 칭송하며 건축 성과를 모두 그의 개인적 영도력 덕분으로 돌린다. 이는 정치지도자를 ‘신격화’하며 체제의 정당성을 건축물에 이식하는 고전적인 전체주의 수법이다.
‘건설은 곧 정치’라는 명제를 앞세워 군까지 동원된다는 점도 문제다. 기사에 언급된 ‘조선인민군 제124련대’는 군대의 본래 임무인 국방이 아닌 건설에 투입되었고, 이들의 노력은 ‘승리의 기치’라는 미명 아래 정치적으로만 소비되고 있다.
진정한 건설은 콘크리트와 유리의 높이가 아니라 인민의 삶의 질 향상에서 입증된다. 그러나 북한의 건축은 철저히 정치적 목적에 복무하는 선전 도구일 뿐, 기초복지나 생존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천지개벽’이라는 미사여구 뒤에 감춰진 것은 인민의 피와 땀이며, ‘창조와 번영’이라는 외침 뒤에는 무권리, 억압, 그리고 삶의 불안정이 도사리고 있다.
북한 정권은 이제 허상 대신 현실을 직시하고, 인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