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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투표에 참가하고 있는 유흥식 추기경 |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의 이번 방한은 본래 고국 방문 및 휴가 목적이었지만, 그 여정이 정치적 색채를 띠게 되며 종교인의 ‘중립’을 둘러싼 논란에 불씨를 지핀 모양새다.
유 추기경은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서 종교·교리적 역할이 주목받는 인물이지만, 방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외교·정치적 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교황이 방북을 고려할 수 있다”는 발언은 정치권과 종교계에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교황을 정치적 중개자로 앞세우면서, 이른바 ‘평화 중개’라는 명분 아래 한반도의 복잡한 정치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 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기 쉬운 남북 관계에 종교 지도자가 끼어들면서, 종교의 가치를 이용하려는 정치적 ‘캠페인’에 휘말릴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서울과 평양, 로마를 오가며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모습은 전통적인 종교 외교가 갖는 중립성과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
종교적 신뢰의 정치적 자산 전용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를 앞두고 교황 방한 및 방북 구상을 둘러싼 논의는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는 종교적 대중행사를 외교 이벤트로 전환시키며, ‘정치화된 종교 행사’라는 비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교회의 책무를 엄중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 추기경은 “교황 초청과 평화 메시지 동시 실현”을 염두에 두는 듯하지만, 종교 행사 본래의 목적과는 맞지 않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교황청 및 유럽권과의 관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종교인들의 신뢰는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된 사회적 자산이다. 그러나 이번 방한에서 이러한 신뢰는 명분없는 정치적 '외교 수사'의 배경이 되어버렸다는 비판을 의식해야만 한다.
특히 “교황의 방북”—이처럼 민감한 제안을 한국 천주교회의 상징적 인물이 국가 권력과 현장에서 언급하는 장면은, 국민 다수가 기대하는 종교인의 역할과 거리가 있다는 지점이다.
종교와 정치,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나
유흥식 추기경의 방한은 “정치적 제스처를 넘어, 정치 현안에 종교인이 직접 개입하는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종교 지도자의 발언과 행보는 교세 확장이나 평화 메시지 전달에 위력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중립성과 독립성 유지에 매우 민감한 영역 변화로 이어진다.
지금 한국 천주교는 교회 권위, 공공적 도덕 리더십, 종교적 신뢰가 동시에 도전받는 국면에 놓였다. 유 추기경은 교황청 장관이자 대외적 상징으로서 더 정교한 외교적 판단과 역할 구분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종교인의 정치 개입은 언제나 논란의 불씨다. 이번 방한이 잠재적 정치행위로 낙인 찍히지 않으려면, 이후 유 추기경과 교황청은 교회 본연의 역할—복음 선포와 인도주의적 메시지, 신앙 공동체 강화—로 중심을 명확히 돌려야 할 것이다.
김·희·철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