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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2 |
북한 조선신보는 최근 평양정보기술국 정보화1연구소가 ‘과학적인 인재관리’를 통해 첨단기술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기사에 나타난 ‘인재관리’란 결국 과학기술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압하고, 정치적 충성과 집단주의를 우선시하는 체제를 정당화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기사에 따르면 이 연구소는 ‘울림’ 브랜드의 정보기술제품을 개발하며 국내 정보기술 분야에서 선도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국어기계번역기술과 블록체인 기술 등 세계적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이 세계 정보기술 산업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객관적인 근거는 전무하다. 오히려 폐쇄적인 체제와 국제 제재로 인해 최신 기술에 접근하거나 글로벌 협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같은 자화자찬은 선전용 허위 서사로 보기에 충분하다.
특히 문제는 이른바 ‘인재등급평가체계’다. 연구자의 활동을 6개월(최근엔 3개월) 단위로 평가하고 점수를 매겨 급수를 부여하며, 정치적·물질적 보상을 결정하는 이 체계는 언뜻 합리적인 성과 평가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평가는 단순한 실적 중심이 아니라 ‘당과 조국을 알고 애국하는 인재’, ‘집단주의 정신의 체현자’를 양성하기 위한 도구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본질이 드러난다.
이는 과학기술자들이 독립적인 판단과 창의성을 발휘하기보다, 체제에 충성하고 정치적 구호에 맞춘 연구 성과를 우선시하도록 강제하는 구조다. 과학의 이름을 빌린 정치화된 평가는 기술 발전을 방해할 뿐 아니라, 전체주의 체제에 순응하는 인간형만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기사에서는 ‘년한이나 학력에 관계없이’ 평가가 이루어진다며 형식상 공정성을 강조하지만, 이는 실질적인 전문성보다는 이념적 충성 여부가 평가 기준의 핵심이라는 점을 은폐하기 위한 수사다.
연구소가 강조하는 블록체인이나 기계번역 기술도 세계적인 오픈소스 기술에 기반한 모방이나 국지적인 응용에 그칠 가능성이 높으며, 국제적 검증을 거친 독창적 성과라고 보기 어렵다.
요컨대, 북한식 인재관리는 기술을 통한 발전이 아니라 체제 유지와 선전에 복무하는 과학의 왜곡된 형태이다.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사상과 구호에 충실한 ‘정치기술자’를 만들어내는 데 불과하다.
진정한 과학기술 혁신은 자유로운 연구환경과 비판적 사고, 국제 협력을 전제로 한다. ‘인재등급표’로 창의성과 자율성을 억압하는 북한식 과학관리 방식은, 결국 기술의 껍데기만 흉내 낸 자기기만의 체제일 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