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독자 제공 |
중립국으로 알려진 스위스가 점점 더 심화되는 글로벌 정보전의 전장이 되고 있다. 스위스 연방정보국(FIS)은 7월 2일 발표한 연례 보고서 《스위스 안전 2025》를 통해, 스위스를 겨냥한 스파이 활동이 “이례적으로 높고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다”며, 그 주된 배후로 러시아와 중국을 지목했다.
보고서는 “러시아와 중국은 강력한 정보기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스위스 내 연방 당국, 국제기구, 첨단 기업 및 연구기관을 정밀 타격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외교 공관 내 잠입 요원 활용, 기업 및 학계로의 침투, 언론과 외국 공관의 감시 활동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었다.
스위스는 중립국으로서 유럽 본토의 주요 외교 현안과 분쟁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왔지만, 오늘날의 지정학적 양극화—즉 미국 중심 진영과 러시아·중국 축의 대립—은 이러한 중립성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정보국은 “스위스의 전략적 중요성은 그 중립성에 있다기보다는 다수 국제기구의 본부 소재지, 기술력, 금융 및 무역 인프라에 기인한다”며 “이로 인해 스파이 활동은 더욱 정교하고 노골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의 스파이 활동은 자국민에 대한 감시를 넘어, 스위스에 거주하는 해외 반체제 인사, 독립 언론인, 학계 인사 등 다양한 타깃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러시아, 이란, 북한이 스위스를 통해 군사·핵 프로그램에 사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기술과 제품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보고서는 스위스가 외국 정보기관의 불법 활동, 심지어는 ‘해외 납치·암살의 중간 거점’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유럽 각지에서 벌어진 해외 반체제 인사 납치 및 암살 사건들과도 맥을 같이한다.
전문가들은 스위스가 오랫동안 자부해온 ‘중립국의 신뢰성’이 역설적으로 강대국들의 정보전에서 ‘사각지대’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취리히 소재 국제안보정책센터의 장미셸 브루너 교수는 “스위스는 중립국이지만 국제 정보전의 ‘무풍지대’는 아니다. 이제는 정보 안보 측면에서 ‘적극적 중립’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연방의회는 이번 보고서를 바탕으로 외국 정보기관의 활동에 대한 법적 대응과 정보 보호 체계 강화를 검토할 예정이다. 중립과 개방이라는 스위스의 이중적 정체성은 이제 세계 권력 간 충돌 속에서 새롭게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