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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0 |
노동신문이 7월 3일 자 기사에서 1957년 당 창건일에 김일성 주석이 어린이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일화를 극적으로 조명하며, 이를 “불멸의 화폭”, “혈연의 정”, “불세출의 대성인” 등의 표현으로 찬양했다.
그러나 이러한 서사는 단지 감동적인 일화를 넘어서, 북한 정권 특유의 신격화 선전 전략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전형적 사례다.
기사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압록강을 지나던 중 우연히 아이들과 마주쳤고, 이들을 기다려 직접 기념사진을 찍어주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는 심지어 사진사에게 초점 조정법까지 지시했다며, 아이들을 “나라의 왕”으로 내세운 위대한 지도자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 감상적 이야기 뒤에 숨은 목적은 명백하다. 바로 수령 우상화의 강화를 통한 정치적 정당성 확보이다.
이 기사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역사적 사실에 대한 미화와 재구성
김일성의 어린이 사랑을 상징화하려는 시도는, 실제 사건의 객관적 재현이라기보다 서사적 구성에 가깝다.
현장 지도 중 배를 타고 가던 수령이 우연히 아이들을 만나 즉석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이며, 수십 년이 지나도록 세부적인 표정 묘사와 대사, 심지어 카메라 초점 위치까지 구체적으로 기억된다는 점에서 허구적 과장이 의심된다. 이처럼 꾸며낸 이야기로 “수령의 인간미”를 부각시키는 방식은 북한 정권의 전형적인 선전기법이다.
2. 어린이와 ‘수령’을 연결한 체제 정당화 시도
아이들을 ‘나라의 보배’, ‘왕’으로 묘사하며, 김일성을 “자애로운 어버이”로 그리는 구조는, 수령이 곧 민중과 후대의 보호자이며 대체불가능한 지도자라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한 이데올로기 도구다.
어린이를 상징으로 내세운 이유는, 가장 순수하고 정치적 무의식이 강한 집단을 매개로 체제 충성도를 주입하려는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3. ‘어버이 수령’ 서사의 반복과 현재 지도자에게의 전이
기사 말미에 김정은이 “김일성은 고결한 인품과 덕망을 지닌 인간”이었다고 언급하는 대목은, 김일성의 서사를 현 시대의 통치자에게 계승시키려는 정치적 흐름의 일환이다. 북한의 선전체계는 늘 “수령의 자애”를 강조한 후, 현재 지도자의 “계승자” 위치를 부각시켜 내부 결속과 외부 선전의 도구로 활용한다.
4. 실질적 교육·복지 현실과의 괴리
북한의 어린이들이 “세상에 부럼없는 행복”을 누린다는 표현과 달리, 유엔과 국제 인권단체들이 지적한 북한 아동의 영양실조, 강제노동, 정치적 세뇌 교육 실태는 기사와는 전혀 상반된다. 선전화된 과거 회상은 현재의 현실을 은폐하고, 체제에 대한 외부 비판을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
노동신문이 보도한 ‘기념사진 일화’는 단순한 미담이 아니라, 수령 우상화를 강화하고 체제 정당성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정교한 정치 선전물이다. 감성적 서사로 포장된 이 글은 북한 주민들에게 현실보다 허구의 기억을 주입하고, 외부에는 ‘인간적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내세우려는 이중 전략이다.
한 장의 기념사진이 말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권위와 통제의 그림자이다.
차·일·혁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