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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 독자 제공 |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환생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중국과의 긴장 관계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번 논의는 그의 90번째 생일을 맞이해 인도 다람살라에서 열리는 3일간의 종교 회의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중국 당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달라이 라마는 오는 7월 6일 90세 생일을 맞이한다. 이에 앞서 7월 2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회의에는 100명 이상의 티베트 불교 지도자들이 참석하며,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종교 행사다. 회의에서는 달라이 라마의 영상 성명이 상영될 예정이며, 환생 제도의 지속 여부와 향후 계획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달라이 라마는 이미 6월 30일 다람살라에서 열린 기도 모임에서 “환생 제도에 대해 계속할 수 있는 틀이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언급을 내놓았으나, 구체적인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건강이 매우 좋다”고 전하며, 자신의 후계자에 대한 결정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번 움직임은 베이징의 기존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 환생 문제를 ‘국가 주권’의 문제로 간주하며, 전통적인 ‘금병 추첨’과 중앙 정부의 승인을 통해 후계자를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달라이 라마는 지난 3월 출간된 자서전 《소리 없는 자를 위한 목소리》에서 후계자가 "자유 세계에서 태어날 것"이라고 밝히며, 중국 정부가 지명할 인물은 티베트 불교의 정통성을 가질 수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달라이 라마를 오랫동안 "종교를 가장한 분열주의자"로 규정해왔으며, 그가 티베트나 대만이 중국의 일부임을 인정하지 않는 한 환생 문제에 대한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미국 의회는 달라이 라마의 90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를 취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맥콜 하원의원과 민주당 소속 짐 맥거번 의원은 공동 결의안을 발의해 2025년 7월 6일을 ‘자비의 날(Day of Compassion)’로 지정하고, 달라이 라마의 평화와 인권에 대한 헌신을 기렸다. 결의안은 달라이 라마의 도덕적 리더십과 티베트 국민의 자결권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지지를 재확인하며, 중국 정부의 종교 간섭에 대한 반대를 천명했다.
이번 종교 회의에서 달라이 라마가 환생 관련 구체적 입장을 발표할 경우, 티베트 불교계뿐 아니라 국제 사회의 향후 대응 방향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티베트 망명 정부는 중국 정부의 통제를 거부하며, 후계자 문제에 있어 ‘영적 정통성’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해왔다.
종교의 자유와 민족의 자결권, 그리고 국제 사회의 연대가 달라이 라마의 다음 발걸음을 향한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