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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최근 《2025년의 위대한 승리를 위하여 신심드높이 과감하게 투쟁해나가자!》라는 정치 구호를 내걸고, 전 국민에게 '총궐기'를 요구하는 장문의 사설을 게재했다.
그러나 이 장문의 텍스트는 겉으로는 비장하고 웅변적인 결의를 담고 있지만, 실제로는 체제 내부의 위기와 무능을 감추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연막이자 선전 수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노동신문은 평양 1만 세대 살림집 건설, 농업 생산의 궤도 진입, 보건위기의 극복, 지방중흥의 실체 등 이른바 ‘성과’를 대거 나열하며 조선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승리를 선전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과 실제 현실 간의 괴리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극심한 식량 부족, 전력난, 의약품 부족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수년째 국경 폐쇄로 인해 민생경제가 거의 붕괴된 상태다. ‘혁명적 구호’로 포장된 선전은 이런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 채, 체제 충성만을 강요하고 있다.
■ 집단적 ‘과업 수행’ 강조… 개인의 삶은 어디에?
기사 전체를 관통하는 톤은 하나의 구호, 하나의 목표 아래 모든 인민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전체주의적 강박이다. “무조건 끝까지 관철”, “완전무결하게 집행”, “총동원”, “투쟁과 분투” 같은 표현들은 일상의 다원성과 인간 개개인의 권리를 지워버리고, 당의 명령만을 절대화하는 고전적인 통제 언어다.
특히 “증산투쟁, 절약투쟁”이라는 표현은 북한 주민에게 또다시 극한의 희생과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하는 구절로, 정권의 경제실패를 주민의 인내로 덮으려는 전형적인 수법으로 읽힌다.
‘자생자결의 혁명정신’, ‘불굴의 용진력’, ‘전면적 륭성기’ 등은 시적이기까지 한 비현실적 표현들이다. 문제는 이러한 수사들이 실제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과 구조개혁 없이 모든 책임을 ‘열정’, ‘투신력’으로 전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곧 ‘과학’이자 ‘승리’라는 식의 기술은 오히려 정책의 무능과 독단을 정당화하는 장치로 기능하며, 권위주의적 정당화 구조를 강화할 뿐이다.
■ 당결정 관철 강요, 하반기 ‘총력전’… 공포정치의 부활
사설은 “현장에 깊이 들어가 대중과 합심하라”, “지휘성원이 되어야 한다”는 표현으로 간부들에게 전면적인 동원과 감시, 책임을 강요한다. 이는 하반기 노동현장에서의 무리한 할당과 단속, 불법적인 처벌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단순한 호소가 아닌 명백한 압박문서다.
또한 “남은 기간 얼마 없다”며 마지막 돌격전을 외치는 구절은, 북한 특유의 ‘연말 성과주의’로 인한 과열 경쟁과 처벌 공포의 악순환을 예고하고 있다.
‘2025년의 위대한 승리’라는 구호는 오히려 북한 체제가 전략적 전환 없이 구호와 충성만으로 현실을 견디고자 하는 위험한 자기기만의 상징으로 비친다. 전면적 발전이 아닌, 전면적 정지에 가까운 경제와 민생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선전이 아니라 개혁이 필요하다.
오늘도 당의 지시문 아래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의 현실은 말없이 침묵하고 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는 더 이상 구호로 가릴 수 없는 진실이 응축되어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