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42] 자살 예방은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 오드리 폴노우 Audrey Pollnow writes from New York City. (뉴욕 칼럼리스트)

  • 뉴욕 주지사 캐시 호컬은 자살 예방에 꼭 필요한 주목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 성과를 유지하려면, 그녀는 반드시 A-136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A-136은 뉴욕에서 자살을 합법화하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법안은 장애인을 깊이 모욕하며, 미국 어느 주보다 느슨한 ‘존엄사(MAiD)’ 제도를 만들 것이다.

    A-136은 올해 봄 뉴욕 주의회 하원과 상원을 통과했다. 이 법안은 6개월 미만의 생존 예측을 받은 말기 환자에게 ‘의료적 존엄사(Medical Aid in Dying, MAiD)’를 합법화한다. 이 환자들은 의사에게 치명적인 약물 처방을 요청할 수 있으며, 그 약을 삼켜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있게 된다. 이 절차는 사실상 독극물을 이용한 일반적인 자살과 동일하다. 단지, 국가가 이를 용인하고, 의사가 이를 도울 뿐이다.

    미국의사협회(AMA)는 의사의 역할이 자살을 돕는 것이 아니라 치료와 고통 완화에 있다고 보며, MAiD에 일관되게 반대해왔다. 실제로 뉴욕 주 상원이 이 법안을 통과시킨 바로 그날, AMA는 MAiD 및 기타 형태의 의사조력 자살에 대한 반대를 재확인했다.

    말기 상황에서는 MAiD가 ‘진짜’ 자살이 아니라고 상상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상식은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준다. 말기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다른 방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우리는 이를 ‘자살’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그런 죽음을 애도하고, 정당하게 막으려 한다.

    물론 일부는 말기 상황에서는 자살이 정당한 선택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죽음이 임박했고, 남은 삶이 고통스러울 것이 분명하다면, 자살이 하나의 합리적인 자기결정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논리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자살이 정당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주 상원의 법안 토론을 지켜보며 놀랐다. 지지자 중 누구도 자살 예방이 왜 중요한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상원의 법안 발의자인 브래드 호일만-시걸은 MAiD 접근이 중요한 권리이며, 이를 제공하지 않으면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것이 말기 환자에게 적용된다면, 왜 다른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가? 자살 충동과 우울증을 겪는 많은 이들도 삶을 마감하고 싶어 한다. 그들에게 자살을 도와주지 않고 예방을 시도하는 우리는 그들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것인가?

    또 다른 지지자는 “어떤 고통은 조절이 불가능하다”며 MAiD 합법화를 지지했다. 그러나 이런 고통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특히, 자살 충동을 유발하는 정신적 고통 역시 마찬가지다. 의사들이 극심한 우울증 환자의 고통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불가능할 때가 많다. 시간이 지나면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 과정은 고통스러운 당사자에게는 너무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말기 환자가 조절되지 않는 고통을 이유로 삶을 끝낼 권리가 있다면, 우울증 환자에게도 같은 권리를 부여해야 하는가?

    자살 예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려면, 자율성이나 고통 조절이 자살의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삶이 고통스럽고 자살이 매력적으로 보일 때조차, 우리는 자살이 해답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살 예방 전체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자살 충동은 거의 항상 극심한 고통과 함께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 MAiD를 처음 합법화한 오리건 주의 자살률 통계를 보고 놀랄 필요는 없다. 지난 20년 동안 오리건의 자살률은 미국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 현재 오리건의 자살률은 전국 평균보다 3분의 1 이상 높다. 그리고 이는 공식 자살 통계에만 해당된다. MAiD로 인한 죽음까지 포함하면, 오리건 주민이 자살할 확률은 평균 미국인의 2배 이상이다.

    물론 대부분의 법안 지지자들은 평소에는 자살 예방이 바람직하다고 믿을 것이다. 그러나 냉정한 현실은, MAiD 지지자들이 말기 환자의 삶이 장애인이나 만성질환자의 삶처럼 될 경우 자살할 권리를 원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Not Dead Yet (아직 죽지 않았어)’ 같은 장애인 권리 단체들은 MAiD 합법화에 일관되게 강하게 반대한다. 실제로 오리건 주에서 MAiD를 요청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통 때문이 아니라, 장애인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자율성 상실, 일상 활동의 상실, ‘타인에게 짐이 되는 느낌’ 때문에 죽음을 택하는 것이다. (고통을 이유로 든 이는 절반도 안 된다.) 즉, MAiD 지지자들은 장애인의 삶이 살 가치 없다고 생각하거나, 적어도 무조건적인 생명가치는 없다고 여긴다.

    우리가 진심으로 장애인의 삶을 존중하고자 한다면, 이런 사고방식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장애는 결코 생을 마감할 정당한 이유가 아니다. 인생의 중간이든 말기이든, 그 장애가 영구적이든 일시적이든 상관없다.

    결국, 말기 환자에게 MAiD를 제공한다는 것은 두 가지 중 적어도 하나의 용납할 수 없는 결론을 시사한다. 첫째, 자살은 원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허용되어야 한다. 둘째, 장애를 근거로 자살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법안의 문구 자체도 미국 다른 주의 MAiD 법보다 훨씬 느슨하다. 몇 가지 예만 들자면, A-136은 우울증 선별검사나 환자의 의학적·정신병력 검토를 요구하지 않는다. 또한 치명적 약물을 환자가 자택으로 가져갈 수 있게 허용함으로써 자살 수단의 안전성 면에서 매우 위험하다. 보고 의무는 느슨하고 감독은 거의 없다. 특히 취약계층에게 강압과 악용의 여지를 많이 남긴다.

    더욱이 콜롬비아대 의사 리디아 더그데일은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이 법안이 일반적 기준에서는 말기 환자라 할 수 없는 사람들까지 MAiD 대상에 포함시킨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법안 발의자인 에이미 폴린도, 치료를 거부한 당뇨병 환자가 MAiD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콜로라도에서는 ‘말기 거식증’이라는 논란 많은 진단을 근거로 MAiD를 받은 사례도 있다. 거식증 환자나 당뇨병 환자 모두 우울증에 취약하고, 의료기관에는 치료비용이 많이 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환자들에게 자살을 처방하는 법안을 호컬 주지사가 서명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확고한 자살 예방에 대한 의지다. 이는 그 사람이 우울하든, 병들었든, 장애가 있든 관계없이 지켜야 할 약속이다. 돌봄에 비용이 들든, 삶이 얼마나 남았든—6개월이든, 600개월이든—마찬가지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07-02 05:36]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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