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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북한 정권이 또 한 번의 ‘기념비적 건축물’로 자찬하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의 준공식이 6월 24일 성대하게 열렸다고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이 대서특필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참석해 “사회주의문명의 새 지평”이라며 치켜세운 이 행사는 외형상으로는 화려한 문화행사였지만, 그 이면에는 주민의 민생을 외면한 체제 선전용 ‘쇼윈도 프로젝트’의 전형적인 민낯이 숨어 있다.
■ 해안관광지구, 주민은 없다
북한 언론은 “2만 명 수용 규모의 호텔과 휴양 시설, 해수욕장, 오락 공간이 완비됐다”며 “세상에 둘도 없는 우리식 관광도시”를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이들 시설이 실제 주민 생활에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수해로 집을 잃은 이재민, 연료와 식량난에 고통받는 주민들에게 이 ‘해변 리조트’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그곳에 입장할 수 있는 국내 손님조차 철저히 선별된 고위 간부, 외화벌이용 대상자들이라는 점은 북한의 계급차별적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우리 인민에게 가장 문명한 문화휴식처를 안겨주는 것이 숙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관광지가 아닌 식량, 의료, 전기, 자유다.
관광지구 건설에 투입된 천문학적인 자금과 인력은 경제의 뿌리를 살리는 데 쓰였어야 했다. 고철이 된 공장, 방치된 농지, 붕괴 위험 속의 학교와 병원을 외면한 채 벌인 건설 광풍은 정권 이미지 세탁용 ‘쇼핑몰식 정치’의 연장일 뿐이다.
■ ‘인민사랑’ 외친 쇼, 실상은 노예노동
로동신문은 건설자들의 ‘충성과 애국의 신념’을 찬양했지만, 이 대규모 공사가 강제노동과 군인 동원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숨긴 채다.
북한 내 소식통들에 따르면, 수천 명의 군인과 학생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동원됐고, 주민들은 자발적인 ‘헌납’을 강요받으며 생계를 포기해야 했다. ‘인민을 위한 건설’이라는 구호 뒤엔 헐벗은 노동자와 빈곤한 농민의 희생이 있다.
이번 준공식에는 러시아 외교관들이 ‘특별손님’ 자격으로 참석했다. 국제 제재 속에서도 외화벌이 수단으로 관광산업을 확대하려는 정권의 속내가 엿보인다.
특히 갈마지구는 해외 친북 인사나 중국 관광객 유치를 염두에 둔 지역으로, 실질적 관광수익보다는 정치적 과시효과를 노린 면이 크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 같은 ‘선전용 관광개발’이 주민의 삶을 개선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다.
김정은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라 자평한 원산갈마관광지구. 그러나 그곳에 피어난 것은 ‘사회주의 문명’이 아닌 철저한 위선이다. 인민의 피와 땀 위에 세워진 화려한 건물은 북한 체제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을 좇고 있는지를 웅변한다.
관광객을 유치해 외화를 벌겠다는 허망한 꿈보다, 주민의 식탁을 채우고 아이들의 교실을 지키는 일이 진정한 국가 지도자의 책무임을 정권은 언제쯤 깨달을 것인가.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