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 캡쳐 |
일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최근 "선박의 폐기물로 자재를 만들어 도로를 포장했다"는 미담성 기사를 통해 남포시의 한 기업소를 극찬했다.
하지만 이 기사는 겉으로는 자력갱생과 지역발전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상은 북한 체제가 처한 심각한 산업자원 부족과 국가 책임의 회피를 드러내는 사례로 해석된다.
보도에 따르면, 남포시재자원화사업소의 소장 리명철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도로포장 문제 해결에 나섰다”고 미화되며, 폐기물로 도로포장 자재를 만들기 위해 자습으로 화학과 기계공학을 익히고 설비를 제작했다고 소개된다.
이는 과학기술과 공공인프라 개발이 국가의 체계적인 책임이 아닌 개인의 ‘충성심’과 ‘희생’에 맡겨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북한식 미담 구조다.
북한의 선전 매체들은 종종 열악한 물자 상황을 미담으로 포장하는 데 집중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는 체제의 구조적 결함을 드러낼 뿐이다. 항구도시인 남포에서조차 도로포장을 위한 기본 자재조차 확보되지 않아 선박 폐기물을 사용하는 것은 자원 재활용이라는 말로 감출 수 없는 낙후성과 빈곤의 반증이다.
특히 국가 예산과 기술 개발 체계가 마비된 상황에서 한 개인이 자습과 실험으로 공공사업의 중추를 담당했다는 서사는 오히려 ‘국가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는 북한 체제가 ‘국민의 창의성’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자기 정당성을 세우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해당 기사에서 언급된 "수입 자재 없이 공사 비용을 줄였다"는 부분은 북한이 국제 제재와 외화 부족으로 인해 필수 산업자재조차 외부에서 들여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슬그머니 덮으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조선신보가 이처럼 폐기물 활용 사례를 ‘과학기술 진보’와 ‘혁신적 모범’으로 치켜세우는 것은, 대중에게 빈곤을 미화하고 희생을 미덕으로 강요하려는 체제 선전의 전형이다.
실제 주민들의 도로 사정이나 작업 환경은 전혀 언급되지 않은 채, 한 개인의 충성심만을 반복 강조하는 서사는 북한 당국이 여전히 주민의 삶이 아닌 체제 유지에만 관심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북한의 선전이 진정으로 자랑해야 할 것은 ‘폐기물 활용’이 아니라 국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로 시스템과 공공 인프라의 체계적 발전일 것이다.
조선신보의 이번 보도는 결국 자력갱생을 강요하는 북한 체제의 취약성과 시대착오적 홍보 전략만을 부각시켰을 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