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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북한이 올해도 어김없이 ‘6.25미제반대투쟁의 날’을 맞아 로동계급과 직맹원들을 동원한 ‘복수결의모임’을 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모임을 통해 “원쑤들이 저지른 천인공노할 죄악”과 “무분별한 핵전쟁 도발책동”을 강조하며 미국과 한국을 겨냥한 극단적 반미·반남 선동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과거의 기억에만 의존한 정치적 구호’는 북한 체제가 얼마나 미래 비전 없이 퇴행적인 사상에 갇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6·25 전쟁 발발 74주년을 맞아 전 세계는 한반도 평화와 상생의 길을 고민하는데, 북한은 여전히 ‘징벌의 의지’, ‘결전의 날’, ‘한 손엔 총, 한 손엔 창조’ 같은 전시 구호를 외치며 국민을 반세기 전의 전쟁 정서에 가두고 있다.
이 모임은 실질적인 안보대책이나 국제적 협력방안은 전무하고 오로지 ‘원쑤’에 대한 증오심 고취와 김정은 체제에 대한 충성을 재확인하는 행사로 전락했다.
이처럼 국가적 기념일조차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하는 행태는 북한이 얼마나 전통적인 ‘적대 프레임’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직맹원’과 ‘로동계급’이라는 표현도 여전히 20세기 중엽의 낡은 노동계급 선동에 머물러 있음을 상징한다.
■ 현실 외면한 ‘핵위협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행사 발언자들은 “제국주의자들의 침략 야망이 세기를 이어 이어진다”며 미국의 핵전략을 비난했지만, 정작 북한은 국제사회의 핵군축 노력과 반대로 핵무기 개발에 몰두하며 군사적 긴장을 자초해왔다.
‘우리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외치는 한편, 그 생존을 위협하고 고립을 자초하는 것은 다름 아닌 북한 스스로의 행보다.
핵 도발로 인해 유엔의 제재를 자초하고, 대외무역과 민생이 파탄난 현실은 외면한 채, ‘위대한 령장’에 대한 충성과 복수의 감정만을 강조하는 것은 지도자의 무책임함을 덮기 위한 정치적 연출에 불과하다.
■ ‘중앙계급교양관’은 박물관인가 선동공장인가
모임 후 참가자들이 참관했다는 ‘중앙계급교양관’은 이름 그대로 이념 재교육과 반미·충성 세뇌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이처럼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해 오늘도 주민들에게 과거의 ‘피의 역사’를 반복 학습시키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개인의 사유와 자유는 철저히 배제된다.
북한 정권은 6·25를 계기로 내부결속을 다지고 미국과 한국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려 하지만, 정작 그로 인해 얻는 것은 고립과 경제 파탄, 그리고 인권 탄압의 심화뿐이다.
오늘날의 한반도에 필요한 것은 무모한 복수결의가 아니라, 냉철한 국제관계의 이해와 실용적 외교, 인민의 민생을 우선시하는 국가 운영이다.
전쟁은 70년 전에 끝났다. 그러나 북한 정권의 사고는 멈춰있다. 증오로 무장한 과거가 아닌, 자유와 번영을 향한 미래의 길로 북한 주민들이 나아갈 수 있도록 국제사회는 지속적인 압박과 동시에 문은 열어두어야 한다.
이와 같은 구조적 선동과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외부 정보 유입과 인권 증진에 대한 국제적 노력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