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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의 주요 대학교 내 공자학원이 전신사기(보이스피싱) 조직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중국 국영기업과 깊이 연결된 골든 트라이앵글 경제특구가 국제범죄의 온상이 된 가운데, 중국어 교육기관인 공자학원이 그 범죄 조직의 '인재 공급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유학생 류아오(가명)는 2022년부터 2년간 라오스 국립대학교에서 국제개발학을 공부하며 이 같은 구조를 직접 목격했다. 그는 “공자학원은 입학 자체가 어려운 명문 코스로 간주되지만, 졸업한 인재 대부분이 ‘전자사기 단지’로 흘러 들어가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밝혔다.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전 세계에 설립한 문화·언어 교육기관으로, 표면상 라오스 학생들에게 중국어와 문화를 교육하지만, 그 실제 목적은 갈수록 의심을 사고 있다.
류아오는 “공자학원 강사 대부분은 중국 국적자이며, 학생들에게 중국식 언어 체계와 온라인 환경을 집중적으로 훈련시킨다. 졸업 후 이들은 자연스럽게 골든 트라이앵글로 흘러들어가 고수익을 미끼로 사기조직에 투입된다”고 전했다.
이들이 흘러들어가는 골든 트라이앵글 경제특구는 라오스 북부 보케오 주 동팽 지역에 위치한 면세 특구다. 중국계 사업가 자오웨이가 운영하는 ‘킹스 로만스 그룹’은 라오스 정부로부터 10,000헥타르의 토지를 99년간 임대해 카지노, 호텔, 교육기관, 병원, 공안국 등을 조성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2023년 현장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은 명백히 중국화된 거대 차이나타운으로 기능하며, 중국 시간대·화폐·언어가 모두 일상화돼 있다.
미국 재무부는 2018년 자오웨이를 인신매매, 마약거래, 자금세탁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렸으며, 해당 지역은 지금도 각종 사이버 범죄와 불법 경제활동의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류아오의 증언에 따르면, 이 특구 내에서는 중국어 실력과 인터넷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 자질로 요구된다. 공자학원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은 이른바 ‘사기 콜센터’에서 중국인 피해자를 대상으로 투자 권유, 연애 사기, 가짜 고객센터 운영 등을 담당한다.
그는 “중국인에게 중국어를 배운 라오스 학생이, 다시 중국인을 속이는 데 그 지식을 사용하는 현실이 매우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라오스 정부의 무기력한 태도다. 특구는 중국계 공안 시스템을 모방한 ‘공안국’에 의해 통제되며, 라오스 경찰도 진입 시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2024년 8월 라오스 경찰이 특구 내 사기시설을 단속하던 중 찍힌 사진에는 “초심을 잃지 말고 감사하며 전진하자”는 중국어 슬로건이 대형 벽면에 적혀 있었다.
류아오는 “라오스 내에서 중국어를 활용할 수 있는 직장은 거의 없고, 중국계 기업에서 번역이나 서무직으로 일해도 한 달에 1000위안(약 18만 원)을 넘기기 어렵다. 반면 골든 트라이앵글에서는 1만 위안 이상을 받을 수 있어, 대부분의 중문과 졸업생들이 사기조직에 끌려들어간다”고 고백했다.
공자학원은 본래 문화 교류와 언어 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지만, 이제는 중국 정권의 전략적 이익과 범죄 조직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라오스는 더 이상 중립적인 국가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범죄적 영향력 하에 있는 사실상의 위성국”이라고 경고한다.
라오스 내 공자학원과 골든 트라이앵글 간의 유착 의혹이 계속 불거지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철저한 조사와 투명한 감시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 문제는 단지 라오스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남아 전역과 글로벌 보안에 직결된 사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