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 화웨이의 AI칩 글로벌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강경 조치를 내놨다.
미국 상무부는 13일(현지시간) 'AI 확산 규칙(AI Diffusion Rule)'을 철회하고, 이에 따른 새로운 수출 통제 지침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미국산 AI 기술이 중국을 비롯한 적대국에 유출되는 것을 차단하고, 미국의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지키겠다는 데 있다.
상무부 산업·안전국(BIS)의 제프리 케슬러 차관은 “AI 칩과 같은 핵심 기술이 적대 세력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라며, “AI 기술의 공유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 세계 화웨이 액티언·STE 칩 사용 금지
이번 발표에 따라 BIS는 화웨이의 AI칩 ‘액티언(Actin)’ 및 ‘STE’ 시리즈를 사용하는 모든 국가와 기업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특히 미국 AI 칩이 중국 AI 모델의 훈련이나 추론 과정에 사용될 경우, 해당 기업은 “심각한 법적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
상무부는 아울러 미국 기업들에 공급망 재점검과 기술 이전 리스크 방지 조치를 요구했다. 이는 AI 칩이 군사 용도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실제 미국의 차세대 F-47 전투기처럼 고급 칩이 국방 시스템의 핵심 요소로 활용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 기술 동결 전략…中 AI칩 성장 저지
타이완 국방안전연구원의 쑤쯔윈 소장은 본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이번 조치는 중국의 AI 칩 개발을 성숙한 기술 수준에서 사실상 동결시키려는 전략”이라며, “TSMC 등 민주국가가 이끄는 반도체 선진 기술과 중국 간의 세대 차이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첨단 칩과 노광 장비(EUV) 국산화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기술 장벽이 높고 개발 속도도 더디다고 지적했다. 특히 1나노미터 이하의 '에이미급 공정'으로 향하는 TSMC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기술은 전쟁력…“미래전은 반도체 싸움”
동우대학교 린슈민 겸임강사는 “미국은 기술과 안보 문제를 분리하지 않으며, 무역 협상과는 별개로 반도체 수출 규제를 지속·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인도-파키스탄의 군사 대치 사례를 인용하며, “전장은 화력이 아닌 계산력의 싸움으로 바뀌었으며, 첨단 칩의 유무가 곧 군사력”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양국은 실제 영공을 침범하지 않고 정밀 유도 미사일과 전장 탐지 경쟁을 벌였으며, 이는 칩 성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양상이다.
▣ 미국의 '3등급 분류' 수출 통제 전략
한편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는 반도체 수출 통제에 있어 국가를 세 등급으로 분류했었다. 일본·한국 등 1등급 국가는 수출 제한이 없으며, 멕시코·포르투갈 등 2등급 국가는 물량 제한을 받는다.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 3등급 국가는 칩 취득 자체가 전면 금지된 상황이다.
AFP는 이같은 미국의 조치가 단지 경제적 수단을 넘어, 기술 패권을 둘러싼 지정학적 대응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 “AI 칩, 이제는 국가 전략 자원”
린슈민 강사는 “AI 칩은 더 이상 민간 기술이 아닌, 국가 전략 자원”이라며 “각국이 반도체를 둘러싼 안보 위협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번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화웨이 등 중국 반도체 산업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이며,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AI 산업 지형을 재편하는 주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