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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즉위 미사에서 오른손 약지에 '어부의 반지' 끼는 프란치스코 교황 |
바티칸이 오는 18일(현지시간) 오전 10시, 성 베드로 광장에서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의 즉위 미사를 거행한다. 이는 미국 출신 교황으로서 사상 최초의 즉위식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과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즉위 미사는 초대 교황 성 베드로의 무덤 참배로 시작된다.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에 위치한 무덤 앞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기도를 올리며 교황직 승계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첫 의식을 치른다.
이어 대성전 내부에서는 '성인호칭기도'와 전통 찬가 '그리스도께서는 승리하신다'(Laudes Regiae)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레오 14세 교황은 추기경들과 함께 성 베드로 광장으로 행진한다.
가장 주목받는 장면은 교황이 제대에 올라 교황권을 상징하는 두 가지 상징물을 착용하는 순간이다. 하나는 ‘팔리움’으로, 선한 목자의 상징인 흰 양모띠에 붉은 십자가가 새겨진 전통의 복식이다. 또 하나는 예수의 말씀에서 유래된 ‘어부의 반지’로, 교황의 사도적 사명을 상징하며 교황 선종 시 파쇄되는 의식적 물품이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순금 대신 은반지를 착용해 간소함을 보여주었으나, 레오 14세 교황은 전통과 장엄함을 중시하는 태도로 대조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즉위 미사 중에는 12명의 대표단이 교황에게 복종을 맹세하는 고유의 순서가 이어진다. 이 대표단은 교계 서열을 망라한 추기경, 주교, 사제, 수도자, 평신도, 남녀노소를 포함해 교회의 다양성과 보편성을 상징한다.
강론은 레오 14세 교황의 새 사목 방향을 제시하는 첫 공식 메시지가 될 예정이다. 그는 이미 선출 당시 첫인사에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이라며 평화를 교황직의 핵심 가치로 선언한 바 있어, 이번 강론에서도 국제사회와 신자들에게 평화와 화합을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사의 마지막에는 ‘로마와 전 세계에’(Urbi et Orbi)라는 뜻의 라틴어 강복이 이어지며, 이는 교황의 보편적 권위와 전 세계 교회를 향한 축복을 의미한다.
즉위식은 약 2~3시간가량 이어지며,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 영국 에드워드 왕자, 스페인 왕실,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 아르헨티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이스라엘 대통령 이츠하크 헤르조그 등 주요국 정상과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을 확정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염수정 추기경, 이용훈 주교, 정순택 대주교, 송영민 신부 등이 참석하며, 레오 14세를 선출한 콘클라베에 유일하게 참여한 유흥식 추기경과 로마한인신학원 정연정 몬시뇰도 자리를 함께한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은 약 25만 명의 인파가 성 베드로 광장을 가득 메울 것으로 내다봤다. 로마 경찰은 5천여 명의 경찰과 특수 저격수, 드론 방어 시스템,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삼엄한 경호에 돌입했다.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는 단지 한 인물의 공식 취임을 넘어, 교황청의 노선과 세계 가톨릭의 미래를 가늠할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