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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앞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의 영적 지도자를 뽑는 추기경단 비밀회의, 이른바 ‘콘클라베(Conclave)’가 7일(현지시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시작된다.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이후 12년 만이다.
이번 콘클라베는 가톨릭이 전통 회귀로 방향을 틀지, 프란치스코의 개혁 유산을 이어갈지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콘클라베에는 만 80세 미만 추기경 133명이 투표권을 갖고 참여한다. 이는 역대 최다 규모이며, 참여국도 70개국에 달한다. 애초 투표권자는 135명이었으나 케냐와 스페인 출신 추기경 2명이 건강 문제로 불참했다.
추기경단은 전날부터 바티칸 게스트하우스 ‘산타 마르타의 집’에 입소해 철저히 외부와 차단된 채 숙식 중이다. 콘클라베에 앞서 추기경들은 시스티나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며 영적 각오를 다졌다.
▣ "하베무스 파팜"까지…비밀 유지 속 숨막히는 투표 절차
교황 선출은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첫날에는 단 한 번의 투표가 진행되며, 이후 하루 4차례까지 투표가 반복된다. 결과는 시스티나 성당 지붕의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로 알린다. 흰 연기는 새 교황 선출을, 검은 연기는 실패를 의미한다.
교황이 선출되면 단장이 당선자에게 수락 의사를 묻고, 그가 이를 받아들이면 새 교황명도 결정된다. 이어 수석 추기경이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서 “하베무스 파팜!(우리에겐 교황이 있습니다)”을 외치며 전 세계에 이를 알린다. 곧이어 새 교황은 첫 공식 메시지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를 통해 전 세계에 축복을 내린다.
콘클라베는 철통 같은 보안 속에서 진행된다. 모든 추기경은 휴대전화를 외부에 두고 입장하며, 통신차단 시스템 가동, 성당 창문의 불투명 처리, 도청 탐지 등이 시행됐다. 모든 보조 인력도 사전에 비밀 엄수 서약을 했다.
▣ 개혁 유지냐, 전통 복귀냐…세계 교회 향방 결정될 분기점
이번 콘클라베는 단순한 지도자 선출을 넘어 가톨릭 교회의 미래 노선을 좌우할 중대 기로로 평가된다. 약 80%의 선거인단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인물로 구성돼 있어, 그의 개혁 노선이 유지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교황청 전문가들은 이들이 반드시 개혁 성향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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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속의 바티칸 모습 |
보수 진영은 혼란의 시대 속에서 교회의 전통과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개혁 진영은 환경, 사회 정의, 빈곤, 이민자 등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해온 과제를 이어갈 인물을 원한다.
공식적인 입후보 절차나 유세는 없지만, 각 추기경은 지난 총회에서 주어진 ‘3분 발언’을 통해 교황상(像)에 대한 자신의 비전과 소신을 피력했다. 2013년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 발언을 통해 돌풍을 일으킨 바 있어, 올해 역시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콘클라베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순간까지 세계의 눈과 귀를 바티칸을 향하게 할 것이며, 새 교황은 가톨릭 공동체가 직면한 위기와 시대의 요구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에 대한 신호탄이 될 것이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