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회 과방위에서 사과하고 있는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
‘IT 강국 대한민국’. 우리는 그동안 이 자부심을 국가 브랜드의 핵심으로 삼아왔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상위권을 꾸준히 지키고 있고, SK텔레콤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독보적 1위 사업자로서 2,500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인구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거대 네트워크 사업자의 존재는 그 자체로 한국 IT 산업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SK텔레콤 해킹 사건은 이 같은 ‘강국’이라는 자부심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거대 통신사가 불순 조직으로부터 해킹을 당해 수많은 사용자가 개인정보 유출과 피싱 피해의 공포에 휩싸였다.
실제로 피해를 입은 사용자도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심각한 시스템 리스크임을 의미한다.
 |
유심칩 교환을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는 모습 |
우리는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민족이다. 빠른 기술 개발과 시장 출시를 강점으로 삼아왔지만, 그 속도에 비례해 보안과 같은 기초 체계에 대한 대비는 미흡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수십 년의 리스크 분석과 개선을 반복한다. 우리는 왜 그러한 ‘예방 중심’의 사고를 충분히 갖지 못했을까? 아니면 이번 사건이 단순한 과실이 아니라, 해커들의 기술이 이미 우리의 방어 수준을 넘어섰다는 의미일까?
분명한 것은, 이번 해킹 사건은 우리 IT산업이 다시 한번 뿌리부터 점검받아야 할 때임을 알리고 있다는 점이다. 단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 정보보호 체계를 점검하고, 인공지능과 데이터 보안 등 미래 IT 기술 인력 양성에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 미래 산업 환경에서 보안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이는 곧 국가 생존과 직결된다.
 |
국회에서 열리고 있는 SKT 사태 관련 간담회 - 인터넷 캡쳐 |
정부는 인공지능 산업과 함께 정보보호 분야 역시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적극적인 지원과 관리 감독을 병행해야 한다.
기업들 또한 ‘사고 후 수습’이 아닌 ‘사고 예방’을 핵심 원칙으로 삼아야 하며, 만일 이번과 같은 보안 사고가 재발한다면, 피해자 전원에게 명확하고 지속적인 보상을 약속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IT 강국의 책임 있는 자세다.
이제 대한민국은 다시 묻고 답해야 한다. 우리는 정말 IT 강국인가? 아니면 그저 기술 소비 강국에 머무르고 있는가?
지·만·호 <(사)세계태권도평화연맹 상임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