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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파업중인 기업은행 노조 |
작년 12월 중소기업은행에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었다. 약 5,000여 명에 달하는 노조원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서면서 은행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었던 것이었다.
기업은행은 이름 그대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국책은행이다. 그런 곳에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은 단순한 노사갈등을 넘어 국가 경제와 금융시스템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노조가 파업에 나선 직접적인 이유는 ‘시중 은행과의 임금 형평성’ 문제였다. 수년간 누적된 임금 차별에 대한 불만이 결국 집단행동이라는 방식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단순히 기업은행장의 결정으로 해결될 사안도 아니다.
김성태 행장은 기업은행의 말단 행원에서 시작해 은행장까지 오른 보기 드문 인물이다. 누구보다 직원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으리라는 점에서,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8,000여 명의 직원 임금을 수백, 수천억 원 단위로 인상하는 문제는 은행장 개인의 재량이나 책임을 넘어서 있다. 이는 명백히 정부와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다.
한노총의 고위 간부들조차도 이 사안을 두고 정부와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노조는 김성태 행장을 향해 압박 수위를 높여가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필자는 이것이 사실상 정부와 거대 야당을 향한 ‘간접 압박’ 수단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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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기업은행장 |
더 우려스러운 점은 5월로 예고된 추가 파업이다. 지금이 어떤 시기인가. 중소기업인들은 고금리와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이들에게 기업은행은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니다. 생존을 위한 생명선(lifeline)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노조의 집단행동이 오히려 그들의 고객인 중소기업인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노조의 요구가 정당할 수는 있다. 그러나 방법과 시점은 더 신중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경 투쟁이 아니라 대화와 설득을 통한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새 정부는 이 문제를 결코 차일피일 미뤄서도 안될 것이다. 중소기업은행 노사갈등은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국책금융기관의 존재 목적과 기능의 근본을 다시 점검해야 할 중대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치권이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다. 중소기업의 피와 땀이 담긴 현장을 위해서라도, 파업과 시위는 멈춰야 한다.
지·만·호 <libertimes 회장,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