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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된 중국인 모습 - 독자 제공 |
필리핀 국가수사국(NBI)이 선거관리위원회(COMELEC) 인근에서 통신 감시 장비를 사용하던 중국 국적의 남성을 체포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체포된 남성은 1~3km 범위 내에서 휴대전화 통신을 가로챌 수 있는 ‘IMSI 캡처’ 장비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NBI 대변인 페르디난드 라빈에 따르면, 이 남성은 지난주 체포되었으며, 이미 세 번째로 선관위 사무실 근처에서 활동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는 또 필리핀 대법원, 법무부, 그리고 주필리핀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도 목격된 바 있다.
현재 관련 장비는 증거물로 확보되었으며, 당국은 체포된 남성의 정확한 목적과 배후 세력을 조사 중이다.
이번 사건은 올해 2월 마닐라의 민감한 정부 및 군사 시설 인근에서 유사한 장비를 사용한 혐의로 두 명의 중국인이 체포된 것에 이은 두 번째 사례로, 필리핀 내 보안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필리핀과 중국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으로 인해 외교적 긴장이 고조된 상태다. 특히 미국과 필리핀 간 안보 협력이 강화되면서, 중국은 이에 대해 불만을 표출해왔다.
이런 가운데, 필리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주임 조나단 말라야는 지난주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이 5월 12일 실시될 필리핀 중간 선거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 및 선거 개입 시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대사관은 즉각 이 같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필리핀의 이번 중간 선거에서는 수백 명의 하원과 상원 의원, 그리고 수천 개에 달하는 지방정부 직위가 새롭게 선출될 예정이어서, 외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경계가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상황이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요 선거 시설 주변의 보안 감시를 강화하고, 외국 세력의 선거 개입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더욱 엄격히 시행할 방침이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