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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스린(梅世林)의 신분증과 그가 내건 현수막 사진. /엑스 - 독자 제공 |
중국 남서부 쓰촨성 청두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대형 현수막이 등장한 뒤, 이를 내건 것으로 알려진 청년이 자취를 감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중국 당국에 즉각적인 해명을 요구하고 있으며, 중국 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국제사회에서 불거지고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지난 15일 새벽 청두의 한 고가도로에 세 장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현수막은 "체제 개혁 없이 민족의 부흥은 없다", "무제한 권력을 가진 정당은 인민에게 필요하지 않다", "중국은 방향을 제시할 자가 필요 없으며, 민주주의가 그 방향이다"라는 문구를 담고 있었다.
이 같은 행위는 중국 정치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되며, 중국 사회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 현수막을 설치한 인물은 1998년생 남성 메이스린(梅世林)으로, 청두의 한 IT기업에서 일하다 노동 문제로 당국과 갈등을 겪어왔다.
그는 사전 준비 기간만 1년에 달하며, 자신의 신분과 의도를 지인들에게 미리 알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현수막 설치 직후부터 그의 소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며, 메이스린이 실제로 구금되었는지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이번 사건의 사회적 파장을 축소하기 위해 ‘국가전복 선동’과 같은 중대 혐의 대신 ‘공공질서 문란(소란 유발)’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메이스린 관련 내용이 전면 차단된 상태다. 웨이보를 비롯한 주요 소셜미디어에서는 관련 검색조차 불가능한 반면, 엑스(X, 전 트위터) 등 해외 플랫폼에서는 사건 당시 현수막 사진과 관련 정보가 확산 중이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메이스린의 즉각적인 석방과 행방 공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HRW의 얄쿤 울루욜 연구원은 "표현의 자유는 범죄가 아니다"라며, 2022년 베이징에서 시진핑 퇴진을 요구한 현수막 시위를 벌이다 구금된 ‘펑리파’ 사례를 언급하며 중국 당국의 반복적인 탄압을 비판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 표현의 자유에 대해 “법에 따른 제한”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국제사회는 점점 더 심화되는 감시와 검열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메이스린 사건은 중국의 정치적 탄압 현실을 재조명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