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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시나의 사망 경위를 탐사보도한 포비든스토리즈 - 인터넷 캡쳐 |
우크라이나의 여성 언론인 빅토리야 로시나가 러시아 점령지에서 실종된 지 약 8개월 만에 처참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두 눈과 뇌가 적출된 채, 고문의 흔적이 뚜렷한 훼손된 시신으로 확인되며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로시나는 2023년 8월경, 러시아군 점령지인 자포리자 인근 지하시설에 잠입해 취재 중 실종됐다. 그녀는 ‘우크라인스카프라우다’ 소속 기자로, 이전에도 러시아군의 인권침해를 폭로한 잠입 취재로 잘 알려져 있었다.
위험을 무릅쓴 그녀의 활동은 러시아군에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후 그녀는 어떠한 혐의도 없이 구금되어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수개월을 보내야 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생존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구금 1년여 만에 부모와의 통화를 통해서였다. 그러나 이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정체불명의 약물을 투여받은 후 식사를 거부하면서 결국 사망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2024년 10월, 우크라이나 측에 그의 사망 사실을 통보했다. 올해 2월, 러시아가 송환한 757구의 우크라이나 전사자 시신 중 마지막 한 구는 유난히 작고 가벼웠고, "이름 미상 남성"이라는 인식표가 붙어 있었다. 그러나 DNA 감식 결과, 그 시신은 로시나 기자의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시신의 손상은 극심했다. 갈비뼈와 목뿔뼈가 부러져 있었으며, 전기고문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화상과 타박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뇌와 두 안구가 완전히 적출돼 있었고, 이는 사인 규명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로 추정된다. 일부에서는 장기 적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사건은 미국 , 영국 , 우크라이나 등 다수 외신과 탐사보도 전문 매체 '포비든스토리즈'의 공동 취재로 공개됐다. 이들은 로시나가 러시아 점령지에서 고문과 의료 방임, 불법 약물 투여 등 복합적인 인권침해를 겪은 후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즉각 전쟁범죄 수사에 착수했으며, 외교부는 “납치된 민간인과 언론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현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로시나 기자는 러시아에 억류됐다가 목숨을 잃은 첫 우크라이나 언론인으로 기록됐다. 그녀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전시 상황에서 언론의 자유와 인권이 얼마나 쉽게 짓밟힐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잔혹한 사례로 남게 됐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