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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미사 |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과 시민들의 깊은 애도 속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영면에 들었다.
26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 장례 미사는 40만명에 달하는 조문객과 130여 개국 대표단이 함께한 가운데 엄수됐다.
장례 미사는 교황의 소박한 뜻을 따라 간결하고 경건하게 진행됐다. 장식 없는 목관에는 십자가 문양과 복음서 한 권만이 올려졌으며, 미사는 입당송 '주여, 영원한 안식을 내리소서'로 시작해 약 2시간 동안 이어졌다.
미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정상들이 대거 참석했다.
추기경단 단장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은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평화를 간청했고, 소외된 이들과 언제나 함께했다"며 그를 '모든 이에게 마음을 연 민중의 교황'으로 추모했다.
장례 미사 후, 교황의 관은 생전 그가 자주 찾았던 로마 테르미니역 인근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으로 옮겨졌다. 이는 전임 교황들이 주로 묻혔던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와는 다른 선택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박하고 겸손한 삶을 상징하는 결정이었다.
관은 이탈리아 리구리아산 대리석으로 만든 흰 대리석 받침 위에 '프란치스쿠스'라는 라틴어 이름만 새겨진 자리에서 영면에 들었다.
운구 차량이 지나가는 길목에는 '감사합니다, 프란치스코'라는 현수막이 걸렸고, 시민들은 기도와 눈물로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이날 운구 행렬을 따라가며 작별 인사를 전한 시민 수는 약 15만명에 달했다.
교황청은 9일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으며,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는 내달 5일부터 10일 사이에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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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미사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 부부 |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위 동안 난민과 이주민 문제를 비롯해 인류애를 강조하며 세계 곳곳에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의 장례식에는 이탈리아 난민 구호 단체와 리비아 난민 대표단, 수감자와 노숙자들도 참석해, 평생 동안 약자와 함께한 교황의 정신을 기렸다.
한국 정부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민관합동 조문사절단을 파견했으며, 염수정 추기경, 이용훈 주교 등 한국 천주교 대표단도 함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항상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라"고 강조해왔으며, 그의 마지막 길 또한 그 다짐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