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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별그리다 동산 |
혜사 노재봉 선생님 !
철쭉꽃 만발한 이곳 동산에 선생님의 유택을 마련한 것이 불과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주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오늘 저희 부족한 제자들 몇 명이 여기 이렇게 모여, 짧으나마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혜사 선생님 !
선생님께서는 평소, “지식인이란 세상의 고민을 자기 것으로 삼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기에 선생님께서는 우리 국가와 사회가 방향을 상실한 채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누구보다 걱정하시면서, 아무도 넘보기 어려운 높으신 경륜과 학문 그리고 예리한 통찰력으로 한국 정치와 사회를 분석하신 바 있습니다.
불과 7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전후하여 우리 정치가 자유민주주의에서 이탈하여 일종의 로 체제 변질이 진행되고 있다고 적확하게 지적하셨고, 이후 전체주의 담론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저들 세력이 권력을 연장해 가는 데 결정적인 제동을 걸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당신께서 평생에 걸쳐 실천으로 연구하신 의 가장 빛나는 업적 중 하나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
선생님께서 우리를 떠나신 지 채 1년도 안되어, 생전에 그렇게 우려하시던 일들이 지금 여기서 재연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는 선생님이 생전에 지적하신 전체주의로의 체제 변질의 위기로서, 미중 갈등과 대립 등 국제정치 질서의 세기적 변동, 그리고 북핵 문제의 결정적 담판이라는 위기들과 파고가 겹치면서 진행되고 있는 미증유의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항상 강조하셨듯이 이는 한국 정치의 지상, 지하, 공중전의 3가지 차원을 고려하지 않으면 결코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계엄 사태와 이에 대한 대통령 탄핵 결정은 단순한 헌법과 법률에 대한 위반 여부로 단죄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 그리고 이를 수호하기 위한 비상대권 차원에서 보아야 할 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우리 정치는 당리당략 때문에,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형식적 적법성에 매달린다는 명분으로, 또한 대부분의 언론과 지식인들 그리고 이를 맹종하는 많은 국민들은 피상적이고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민주주의론으로 일관한 결과, 대한민국 자체의 정통성, 자유민주주의의 헌정적 정통성은 송두리째 외면 당하고 부정되고 말았습니다.
혜사 노재봉 선생님 !
이제 대한민국은 정녕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빠져든 것입니까? 모레스 즉 국민정신의 타락으로 한국은 되살아날 가능성은 없는 것입니까?
선생님께서 창설하신 ‘한국자유회의’도 이 위기를 맞아 나름대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만, 오늘의 급박한 현실에 대처하기에는 너무나 어렵고 힘에 부치는 것도 솔직한 현실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전체주의 담론을 제기하여 저들 세력에 결정적 타격을 주는 지적 모멘텀을 마련하신 선생님의 경륜과 지혜가 너무나 절실하게 그립고 아쉽습니다.
하늘나라에서 호국신이 되어 대한민국을 보살펴 주시고 계시는 혜사 선생님 !
부디 여기에 남아 나름대로 애쓰고 있는 저희들에게도 지혜와 용기를 일깨워 주소서.
2025年 4月 23日 불민한 弟子 徐明九 삼가 올림
* 노재봉 전 국무총리님의 1주기 추모를 맞아 자유대한민국의 안녕을 소망하며, 한국자유회의 서명구 박사님의 추도사를 전문 게재합니다. - 리베르타임즈 가족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