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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
2013년부터 12년간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을 이끌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5년 4월 21일(현지시간) 88세의 나이로 선종했다.
교황청 궁무처장 케빈 페렐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오늘 아침 7시 35분에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다"고 공식 발표했다.
페렐 추기경은 "그는 평생을 주님과 교회를 섬기며, 신앙과 용기, 그리고 보편적 사랑을 몸소 실천했다"며 "특히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헌신한 모습은 전 세계인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고 회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 14일부터 로마 제멜리 병원에서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양쪽 폐에 폐렴 진단을 받고 고용량 산소 치료와 수혈을 받았으며, 건강이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는 가운데 부활절 대축일에도 신자들과 만나는 등 마지막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전날 부활절 메시지에서 그는 특히 가자지구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전쟁 당사자들은 즉각 휴전을 선언하고 인질을 석방해달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이는 교황이 생전에 남긴 마지막 평화의 호소로 기록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는 본인의 뜻에 따라 간소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그는 생전 여러 차례 "품위 있으면서도 모든 그리스도인처럼 간소한 예식을 원한다"고 밝혀왔다.
2013년 베네딕토 16세의 자진 사임 후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빈과 겸손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허름한 구두와 철제 십자가, 그리고 일반 신부들이 지내는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생활하며 권위와 사치에 물들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1,282년 만에 비유럽권, 최초 신대륙 출신 교황이라는 점도 그의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을 위한 사목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적 태도, 그리고 동성 커플 축복 허용 등 진보적 개혁으로 가톨릭 내 보수와 충돌하기도 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 평화의 상징적 지도자였다. 미국과 쿠바 국교 정상화 중재, 미얀마 로힝야족 위로, 이라크 방문,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에 대한 평화 촉구 등 국제사회에서 평화와 인권을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다.
특히 한반도 평화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 2014년 아시아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했고, 방북 추진에도 여러 차례 나섰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2027년 서울에서 개최될 세계청년대회에서는 그의 두 번째 방한이 기대되었으나, 이번 선종으로 차기 교황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건강 문제로도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폐 일부 절제, 결장 협착증 및 탈장 수술, 무릎 악화 등으로 휠체어나 지팡이에 의지하기도 했으나, 끝까지 사임하지 않고 교황직을 수행했다.
그의 죽음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평화와 정의를 지향하는 많은 이들에게 큰 슬픔과 함께 깊은 여운을 남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자의 벗’으로서, 그리고 평화의 사도로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