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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 시집 '지옥에서 부른 노래' - 리베르타스 |
오늘은 북한의 솔제니친으로 불리우는 반디 선생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저희 방송에서는 작년에 한번 오랜만에 소개를 드렸던 적이 있었는데요. 한가지 또 기쁜 소식은 반디 선생께서 원고지를 대한민국으로 보낼 때 두 가지 작품을 보내주셨습니다. 한가지는 7편의 단편집으로 구성된 소설 고발이라는 작품이었구요. 나머지는 50편의 시집인데요. 두 작품이 각각의 특성들을 가지고 있었죠.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고발이라는 소설집은 작년 노벨문학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한강씨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영국의 ‘데브라스미스’씨의 번역을 시작으로 전 세계 30개 언어권에서 번역 출판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시집은 국내에서도 잘 홍보가 되지 않았고 또 번역본은 어렵게 미국에서 첫 번역이 되었지만, 그나마 조명을 받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첫 시집이 나왔을 때 제목이 ‘붉은 세월’이라는 제목으로 출간이 되었는데, 원래 반디 선생의 원고지에는 ‘지옥에서 부른 노래’였습니다. 반디 선생이 왜 ‘지옥에서 부른 노래’라고 제목을 붙였을까 참 많이 고민을 했었죠. 우여곡절 끝에 제목이 변경되어 출간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원제 그대로 바로 며칠 전 ‘지옥에서 부른 노래’라는 제목으로 재출간이 되었습니다.
저로서는 너무 감개무량한 마음이구요. 출간과 함께 많은 분들이 함께 반디 선생의 마음을 나눌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하면서, 북한은 오늘 이 시간, 반디 선생의 두 번째 작품인 ‘지옥에서 부른 노래’ 시집 발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아주 소중한 책이 세상에 다시 나온 것 같습니다. 제목이 달라진 것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우선 반디 선생의 고발이 첫 세상에 나온 것이 2014년이었는데요. 저희는 일단 ‘고발’을 국제사회에서 성공시켜야겠다는 일념이 있었구요. 두 번째 작품인 시집은 당시 문학계의 분위기가 시를 별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었고, 국제사회에서는 특히 시집으로는 공략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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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 선생의 원고지 원본 - 리베르타스 |
그래서 고발 소설집을 먼저 발간하고 여기에 집중하면서 2018년에 첫 시집이 나왔는데, 앞서 말씀드린 대로 반디 선생이 붙여준 제목은 ‘지옥에서 부른 노래’였습니다. 하지만 출판사와의 여러 논의를 거치면서 50편의 시 작품 중 두 가지가 최종 제목 후보로 나왔는데요. 첫 번째는 제가 강력히 주장했던 ‘신성천역’이라는 제목의 시였습니다. 나중에 한번 읽어드리겠습니다.
두 번째가 바로 ‘붉은 세월 50년’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여기서 붉은 세월을 제목으로 출판사가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2. 그럼 먼저 최초 제목으로 논의가 되었던 ‘신성천역’과 ‘붉은 세월 50년’이라는 작품을 한번 들어볼까요.
- 예, 제가 한번 낭독해 드리겠습니다. 참으로 고마웠던 것은 바로 저희 한민족방송에서 전체 50편의 시집을 KBS 소속 성우들이 낭독했고, 이것이 미국 뉴욕 라디오 페스티벌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기도 했는데요. 참 감회가 새롭네요.
성우같은 목소리는 아니지만 제가 한번 낭독해 드리겠습니다.
《신성천역》
따기군*의 칼날에 낟알짐* 찢긴
녀인*의 통곡소리 내 가슴도 찢는 아 신성천역* 공산주의 종착역
굳어진 거지시체 밟고 넘으며
생활전선 대군이 아우성치는 아 신성천역 공산주의 종착역
악사(惡史)천리 피눈물에 절고 절어서 콘크리트 바닥조차 원한을 뿜는
아 신성천역 공산주의 종착역
《붉은 세월 50년》
붉은 세월* 50년아 대답 좀 하여라
이 땅의 인생에게 네가 준 것 무어드냐 동족상쟁 칼부림에 피 젖은 50년대
고역의 멍에 아래 땀 젖은 60년대
아 그 언제 하루인들 하루인들 주었드냐 즐거운 인생을 순간인들 주었드냐
붉은 세월 50년아 대답 좀 하여라
이 땅의 인생에게 네가 준 것 무어드냐 폭압의 쇠사슬에 눈물 젖은 70년대
갈수록 심산이라 한숨 젖은 80년대
아 그 언제 하루인들 하루인들 주었드냐 즐거운 인생을 순간인들 주었드냐
붉은 세월 50년아 대답 좀 하여라
속임수로 엮은 년대* 채찍으로 이끈 년대 마지막 몸부림에 숨막히던 90년대
아 비노니 다시는 다시는 이 땅에 다시는 이 땅에 붉은 세월 없기를..
3. 잘 들었습니다. 신성천이 공산주의 종착역이라는 표현이 여러 의미로 다가오는데요. 반디 선생은 어떤 이유로 신성천역을 그렇게 불렀을까요.
- 북한에서 실제 존재하는 역입니다. 북한 평안남도 성천군에 있는 평덕선과 평라선이 교차하는 환승역으로 북한의 주요 물류기지로 유명합니다. 저희 방송에서도 많이 회자된 단어인데, ‘고난의 행군’이라는 단어 아시죠. 탈북민들이 자기 사연을 이야기할 때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고난의 행군이라는 단어입니다.
신성천역의 배경이 바로 이때입니다. 곡식이 부족한 함경도지역 주민들이 그래도 곡창지대인 황해도를 향해 뭔가 낱알, 길거리에 떨어진 곡식 한 알이라도 주워 가족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신성천역을 향해 내달린거죠. 그런데 따기꾼, 한국에서는 소매치기나 쓰리꾼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예리한 칼로 주머니의 지갑을 털거나 가방 밑창을 찢어 물건이 떨어져 나오게 해서 훔쳐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따기꾼을 만나 어렵게 모은 곡식이 신성천역 바닥에 흩어진 것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반디 선생은 무슨 공산주의냐. 백성이 굶주리지 않고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공산주의라는 것이 무슨 헛소리냐. 그 공산주의의 민낯을 보여주는 현장이 바로 신성천역이다 라고 외쳤던 것이죠.
4. 대표님께서는 이런 연유로 시집의 제목을 ‘신성천역’으로 선정하자고 주장하셨던거군요.
- 그렇습니다. 너무나 북한 주민들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했었죠. 그 외 49편 모두가 절절한 내용입니다. 아마 고발 소설집에서 잘 느끼지 못한 내용들이 바로 시집에 모두 담겼다고 보시면 됩니다.
* 한반도 르포에서는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의 KBS한민족방송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과 북한내부의 인권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