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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남동부 외곽에 있는 보리솝스코예 묘지에 있는 알렉세이 나발니의 묘. |
영하 8도의 눈발이 날리는 날씨 속에서도, 빨간 카네이션을 든 수백 명의 사람들이 긴 줄을 서서 알렉세이 나발니를 추모했다.
모스크바 남동부 외곽에 있는 보리솝스코예 묘지앞은 두 번이나 코너를 돌아야 할 정도로 긴 대열을 이루었으며, 추정상 1,000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난해 2월 16일,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의문사한 나발니를 기리기 위해 모였다.
나발니는 반부패재단을 설립하고 러시아 고위 인사들의 부패를 폭로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극단주의 혐의와 사기로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2021년부터 복역해왔다. 그가 세운 반부패재단은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되며 그의 활동을 지지하는 것은 위험을 동반할 수 있다.
추모 행렬에는 가족 단위로 온 시민들, 노인들, 그리고 화려한 옷을 입은 젊은이들이 함께했다. 경찰들이 주변을 순찰하며 긴장감을 조성했지만, 추모 행렬을 저지하려는 분위기는 없었다. 이들은 서로 하이파이브를 나누거나, 사탕과 과자를 나누며 헌화를 기다리는 등 따뜻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추모객들은 약 50분을 기다린 뒤, 나발니의 묘에 도착했다. 묘소 주변은 철제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었고, 이미 많은 꽃들이 쌓여 있었다. 사람들은 카네이션 두 송이나 짝수 송이의 꽃을 놓으며 그를 기렸다. 나발니가 생전 남긴 말들이 담긴 액자와 함께, 반부패 시위의 상징인 오리 인형도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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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 묘소에 참배하고 있는 러시아 시민들 |
추모객 중 한 여성은 "작년 장례식장에 갔을 때는 경찰의 감시가 두려웠지만, 오늘은 나의 의견을 밝힐 기회이기에 두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성은 "나발니는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며, 오늘 모인 많은 사람들은 그의 중요성을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나발니의 사망 1주기를 기리는 이들의 모습은 여전히 잊히지 않고 있다.
20대 여성 다샤는 "나발니는 부패와 독재에 맞서 싸우는 상징"이라며, 그의 죽음 이후 야당 지도자들이 분열된 상황을 우려했다.
이날의 추모 행렬은 그가 남긴 유산을 되새기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자리였다. 나발니의 정신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