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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안경비선(오른쪽)과 대치하는 대만 해안경비선(왼쪽) |
대만 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대만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해저 통신 케이블을 절단한 의혹이 제기된 중국 화물선에 대해 대만 당국이 한국에 수사 공조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대만 해안경비대 당국자는 "선장을 심문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 당국에 해당 선박의 다음 행선지인 부산에서 조사를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대만 국가안보 당국은 이 화물선이 며칠 내 부산에 도착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3일 대만 통신사인 중화텔레콤(CHT)이 북부 지룽항 인근 해저 케이블이 파손되었다고 보고하면서 시작됐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출동한 대만 해경은 카메룬 선적의 화물선 '순싱39'(Shunxing39)호를 발견했다. 이 화물선의 소유주는 홍콩에 등록된 회사이며, 회사에 등재된 이사는 중국 본토 출신 인사 한 명으로 알려졌다.
대만 정부는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과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이 화물선이 고의로 닻을 내려 해저 통신 케이블을 절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파손된 케이블은 미국 AT&T, 일본 NTT, 한국 KT, 중국 차이나 텔레콤 및 차이나 유니콤 등이 참여한 국제 컨소시엄 소유의 태평양 횡단 케이블(TPE)의 일부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대만 내부에서 중국이 대만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통신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시험해 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만은 외국과의 데이터 및 음성 트래픽의 95%를 14개 해저 케이블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대만 측은 용의 선박을 직접 조사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악천후로 인해 해안경비대원들이 승선할 수 없었고, 사건 발생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 국제법상 나포해 조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FT에 따르면, 선박 위치 추적 자료를 통해 '순싱39'는 케이블 절단 사고 발생 전인 지난달 8일부터 대만 북부 해안 인근을 오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대만 당국은 이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