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문학인인 한강씨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소설의 소재와 내용들에 대해 여러 논란들이 많이 있지만, 대한민국이라는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결과여서, 그런 차원으로 축하의 마음을 나누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의 상황을 대한민국 국민들만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요즘 세계 청년층의 대세는 바로 ‘한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국제사회에서의 대한민국 국격은 그만큼 올라가 있고 선진국 대열에 우뚝 섰다고 하겠는데요.
무엇보다 이번에 한강씨의 소설인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한 번역가가 바로 ‘데보라 스미스’ 라는 여성 작가입니다. 저도 이 작가를 영국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는데요. 그 이유가 뭐냐면 영광스럽게도 ‘북한의 솔제니친’으로 알려진 북한의 저항작가 반디 선생의 ‘고발’ 소설책을 영문으로 번역한 작가가 바로 ‘데보라 스미스’입니다. 그런 이유로 해서 영국의 출판 관련 행사에 가서 잠시의 시간이었지만 데보라 작가와 인사하고 같이 대화를 나눴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을 번역한 작가가 북한의 소설집도 번역했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소설도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것인데요. 권력의 억압이 없다면 다음의 문학상은 북한의 저항 작가에서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북한은 오늘 이 시간, 노벨문학상을 계기로 다시금 조명이 되고 있는 ‘북한의 솔제니친’ 반디 선생의 고발에 대해 살펴볼까 합니다.
1. 국내의 많은 사람들, 그리고 북한에서도 반디 선생의 고발을 번역한 작가가 바로 한강씨의 소설을 번역한 것이라고는 잘 모르고 있을 것 같은데요. 대단한 일인 것 같아요.
- 그렇습니다. 앞서 말씀을 드렸지만 한강씨의 소설들의 내용에 대해서는 저와 많은 부분이 의견을 달리 하지만, 영어 번역 작가가 같은 인물이라는 사실은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데요.
데보라 스미스씨가 먼저 채식주의자를 번역했고, 저희 반디 선생의 고발의 해외 판매를 담당했던 회사에서 데보라씨에게 앞서 프랑스어로 번역된 내용을 전달했는데, 관심을 가지고 번역해 보겠다고 해서 아주 감사하게 생각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사실 이번 노벨문학상도 프랑스어로 번역이 되고, 다음 기타 언어로 번역이 되었는데, 저희 ‘고발’도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여성 작가님이 관심을 가지고 저를 한국에서 만나 추진이 되었습니다.
2. 참 놀라운 일입니다.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차원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 먼저 프랑스를 방문했던 것이 참 기억에 남습니다. 임영희라는 여성 작가분이 저를 데리고 이곳저곳을 찾아가 북콘서트를 한 것은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구요. 저를 자신의 집에서 극진히 대접해 줬던 것도 벌써 10년이 가까워 오고 있지만 너무나 소중한 추억의 시간이었습니다.
정통 프랑스식 식사 대접도 받았구요.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반디 선생에 대해 깊은 애정을 보여주신 것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독일에서도 북콘서트를 가졌는데 당시는 문재인 정부여서 상당히 곤혹스런 분위기에서 행사를 했던 기억도 남아 있습니다.
3. 반디 선생의 ‘고발’이 세상에 나온 것도 벌써 10년이 넘어가네요. 아쉬운 게 많았겠습니다.
- 저희가 10주년을 맞아 여러 행사들을 기획하고 있지만 단체의 한계가 많이 있어 아쉬운 게 한 두가지가 아닌 데도 힘을 내고 있습니다. 당시 전 세계 30여 개 국가에서 번역이 이루어지고 노벨문학상까지 도전하겠다는 포부로 많은 활동들을 했었는데요.
그때 당시가 한국에서는 전례가 없었던 탄핵 열풍이 세차게 불어올 때였습니다. 국내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국제사회에서도 한풀 겪었다고나 할까요. 참 힘 빠지는 시기였고, 탄핵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야말로 폐점에 가까운 상황으로 모든 것이 멈춰버렸었죠. 그런 정치적 상황만 아니었어도 반디 선생의 그 중요한 가치를 더 많이 알릴 수 있었을 텐데 많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4. 방금 중요한 가치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어떤 가치를 이야기하시는 것인가요?
- 아예, 그것은 다름 아닌 북한 문학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문학 가치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문학 가치... 지금과 같은 경우는 권력에 의해 억압되어 문학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을 지경이지만, 그 잠재적 문학의 가치는 그만큼 크다는 것입니다.
북한 작가분들의 실력도 대단하구요. 문학이라는 것은 창발력·창의성·자유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인데 지금 북한의 문학은 조선시대보다도 못한 암흑의 시기인 것이죠. 하루 빨리 통일이 되면 그런 능력을 가진 북한 작가들이 제대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해서 다음 노벨문학상은 공산 전체주의에 저항하는 북한의 작가에게서 나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5. 말씀만 들어도 뿌듯해 지는데요. 한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작가분들도 많이 계시죠. 그분들이 역할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 맞습니다. 제가 북한 작가분들과 함께 지금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열린 국제 펜대회에 참석했던 적이 있습니다. 많은 북한 작가분들과 함께 갔었죠. 국제사회의 쟁쟁한 작가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하루빨리 북한 내부의 작가들에게도 그런 기회가 왔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했습니다. 먼저 대한민국에 온 탈북작가분들이 큰 역할을 해내시리라 기대가 큽니다.
* 한반도 르포에서는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의 KBS한민족방송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과 북한내부의 인권문제 등을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