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공직자 부동산 투기에 성난 민심을 달래지 못하여 당황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3월 23∽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문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를 물은 결과 “잘하고 있다”는 34%, “잘 못하고 있다”는 59%로 지지율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3주 연속 하락세이다.
부정평가의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이 1위(34%), 경제·민생 해결 부족(8%), 공정하지 못함·내로남불(6%)이었다.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이 2016년 6억 1978만원에서 2020년 7월 말 10억 509만원으로 올랐다는 부동산 114 통계를 보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 여론이 높은 이유가 자명해진다. 서민들이 내 집 갖기 꿈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25 차례에 걸쳐 새로운 대책을 내놓고도 집값을 잡는데 실패했다. 오히려 새로운 대책이 발표된 후 더 크게 오르는 일이 24번이나 반복되었으니, 정부에 대한 국민여론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와 민변이 지난 3월 2일 폭로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직원들의 신도시 토지 사전매입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공정하지 못함과 내로남불에 대한 분노로 발전하고 있다,
정부조사 결과, LH 직원 20명, 3기 신도시 관련 지방자치단체 개발업무 담당 공무원, 지방 공기업 직원들 23명과 청와대 경호처 직원 1명도 투기의심자로 지목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남은 임기 부동산 적폐청산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고, 여·야당은 국회에서 특별검사와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개발관련 공직자들을 통한 개발정보의 사유화 문제는 오래 전부터 부패방지정책의 주요 우려사항로 존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 문제가 정권의 운명을 가를 만큼 크게 대두된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불만과 분노에서 벗어나 장기적 관점으로 관찰하는 사람들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물다섯 차례에 걸쳐 발표된 부동산 대책은 정부의 명령으로 부동산 시장을 다스리겠다는 발상에서 나왔다. 대책만능주의 부동산 정책의 결과 누구도 부동산을 사기도 팔기도 어렵게 되어 버렸다. 부동산이 가진 주거와 생활터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고가자산으로 자리매김 되어 버렸다.
정부의 대책으로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20세기 공산주의 국가들을 침몰시킨 환상이었다. 공산주의자들은 자본가의 압제로부터 노동자를 해방시킨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일당독재를 실행했으나, 비대해진 관료들에 의한 대중착취가 일상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서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정부들은 좀 더 조심스럽게 정부기능을 확대하여 복지국가 건설을 시도했지만, 그들 역시 국영기업에서 일어나는 관료주의적 비효율로 인하여 위기를 맞은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부의 지도자들은 이승만의 건국과 박정희의 근대화 업적을 폄훼하고 그 과정에 수반된 분단과 노동자 권리 침해를 강조하며 스스로의 노선을 진보주의라 부르고 있다. 민주당 정부는 노동조합의 힘을 강화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며 부자증세를 확대해 왔다.
정부예산의 규모는 2016년 386.7조원에서 2021년 558조원으로 증가했다. 개인과 기업들은 정부혜택을 받거나 정부의 규제를 피하는 것을 우선적 고려사항으로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 진보주의자들은 소수 부자들에게 세금을 거두어 다수 서민에게 나누어 주며 민주주의와 정의의 실현이라고 주장한다.
그리스어로 다수의 지배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데모크라시는 고대 아테네에서 부정적 의미로 불렸었다. 민주주의의 문제는 소수 부자들의 세금을 거두어 다수 서민에게 분배하는 일을 담당하는 거간꾼들이 가장 많은 이익을 챙긴다는 데 있다.
이익을 챙기는 거간꾼들은 고대 아테네에서 선동가로 불렸던 사람들인데, 현대에는 정치인과 공무원을 포함하는 관료집단이 그들이다. LH의혹 이후 조사대상으로 떠오르는 국회의원, 지방정부 선출직 공무원, 공기업 관료, 공무원 등이 우리나라 거간꾼들의 구체적 모습이다.
많은 유권자들이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피해에 좌절·분노하고 있다. 그들의 일생에 걸친 행복과 일터에서 과업을 수행하는 의미가 걸린 문제이니 분노하여 당연하다. 그렇다고 유권자들이 선거를 분풀이 수단으로만 인식해서는 거간꾼들에게 농락당하는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대책만능주의의 폐해가 어떤 것이고, 공산주의/사회주의적 접근의 한계가 어디인가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고, 데모크라시를 갈취하는 선동가/거간꾼들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는 지식활동이 언론을 통하여 유권자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한다.
유권자들을 화나게 한 부동산 시장의 발작과 그것을 유발한 정책흐름에 대한 인식, 그리고 그런 정책흐름을 만들어낸 더불어민주당 정부의 정치노선에 대한 엄밀한 비평이 선거경쟁과 병행되어야 나라의 빛나는 미래를 열 수 있을 것이다.
임수환 <논설위원>